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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이미경 씁쓸한 소식을..44세! 마지막 순간까지 불행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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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jun1989 2021. 3.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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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으로 투병중인 탤런트 이미경이 숨을 거두었다. ‘만약에 나에게 아이나 남편이 있었다면..지금보다 덜 외롭긴 했겠’ 그 말이 정말 가슴 아팠어요”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 ‘여명의 눈동자’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그녀. 드라마 ‘왕의 여자’에서 발병 사실을 알고 도중 하차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녀의 투병 생활은 ‘어려운 처지’와 ‘도움의 손길’로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나 이런 오해가 그녀의 죽음을 앞당겼을 수 있다. 지난 12일 밤, 쓸쓸히 빈소를 지키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그녀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부터 침대 시트를 갈아달라며 보챘다고 한다.

또한 가장 좋아하는 액자를 머리맡에 걸어달라고 하더니 농담처럼 유언을 남기겠다며 휴대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그렇게 그는 떠날 준비를 했던 것일까.

4기 폐암환자의 투병이 어디 쉬웠을까만 간간히 TV에 비춰진 이미경(44)은 병색은 완연했어도 표정만은 밝아보였다. 무리한 바람인 줄 알면서도 그를 아끼는 사람들 모두 그가 브라운관으로 다시 돌아와 질펀한 아낙을,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바람을 저버리고 지난 4월11일 밤 10시30분 경 이승에서의 삶을 조용히 마감했다.

 

작년 10월,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은 그녀는 폐암 3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보다 앞서 9월에 동생이 살고 있는 일본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단순히 기관지 천식으로 나온 터라 충격은 대단했다. 결국 오진 때문에 병을 방치한 셈. 2002년 유명을 달리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와 상황이 비슷해 아쉬움을 더했다.

 

그의 유족은 오빠와 세 명의 동생들. 뇌변병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칠순의 부친은 고혈압이 심한 상태라 차마 그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 둘째 동생 숙현씨(42)가 일본에서 오는 동안 그의 오빠 성진씨(47)와 두 동생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바로 전날 밤 품 안에서 동생을 떠나보낸 성진씨는 아직도 동생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며 망연자실해 있었다.

“교회에 갔다가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허겁지겁 달려가니까 미경이가 힘없이 누워있더군요. ‘오빠 왔어’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힘들게 눈을 뜨고는 ‘어… 왔어…’라고 말하더니 제 품에서 그대로 눈을 감았어요”

2남3녀 중 둘째딸인 그는 참 씩씩하고 야무진 사람이었다. 잘못된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성진씨도 “누나 같은 동생이어서 언제나 미경이가 무서웠다”고 말할 정도다. 동생이 눈을 감은 뒤 처음으로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는 성진씨는 “죽은 사람 같지 않게 얼굴이 너무 곱고 예뻐서 계속 어루만져주었어요. 나중엔 너무 쓰다듬었는지 죽은 동생의 얼굴이 빨개졌더라고요” 하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머나먼 길을 떠난 것이다.

 

처음에 폐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연 중이던 SBS-TV의 ‘왕의 여자’를 도중 하차했다. 항암 치료를 위해 긴 머리를 자를 때는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건강을 되찾아서 시청자들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을 것이다. 작년 12월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그녀의 아픔을 안타까워했다. 몸에 좋다는 꿀부터 희귀한 약재 등을 보내주는 온정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걸 거절했다. 마음만으로도 이미 행복했기 때문이다.

병세가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다. 입이 헐어서 음식을 먹기 힘들었지만 병을 이기기 위해 먹으려고 노력했고, 간간이 통증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참으려고 애썼다. 친구인 성숙씨가 해주는 명란젓을 넣은 달걀찜, 갈치조림, 게장 등을 특히 좋아했다. 발병 직후부터 임종하는 순간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의 곁을 지켰던 친구 차성숙씨는 “미경이는 투병 중 한번도 삶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7일에는 오빠와 친구랑 함께 강남에 있는 영화관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사망 이틀 전 그는 갑자기 각혈을 하는 등 증세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친오빠 성진씨에 따르면 그는 병원 치료비가 모자라 동료로부터 치료비를 건네받았다는 한 신문기사를 보고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도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 게다가 원자력병원 홍보대사인 탤런트 김원희의 주선으로 원자력 병원으로부터 치료비는 물론 주차요금까지 무료혜택을 받은데다 MBC 노조에서 경제적 도움을 받아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 그는 잘못된 보도로 인해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면목없다며 내내 마음 아파했다고 한다.

가족과 친구 몇 명을 제외하고 그는 일체 병문안을 정중히 사양했으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족끼리의 기념촬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환자’보다는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임종 당시 그의 몸무게는 40kg이 채 안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쌀 한줌으로 일주일을 먹을 만큼 식욕이 떨어져 물과 과즙음료에 의존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파스가 없으면 견디지 못할 만큼 통증 또한 심했다고.



그는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지만 신변을 정리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틈틈히 ‘유언’처럼 자주 당부한 말이 있었다고 한다. 주로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었는데 친오빠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던 것.

 

성진씨는 또, 4월중에 ‘이미경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개최한다는 말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정국이 어수선한데 누가 앞장서서 기금을 마련해주겠냐”면서 “암에 걸린 사람이 내 동생만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하면 화도 났지만 오히려 이미경은 오빠를 다독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오빠에게 마지막 남긴 말 역시 “오빠, 그냥 우리 용서하자”였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자신의 처지를 알면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며 절대 아버지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가족들 역시 신문이나 방송에서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미경은 주변 사람들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한 애연가였던 그녀도 주식 투자 실패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담배를 피웠는데, 결국 끊지 못해서 병에 걸린 것 같다며 한탄했다.

 

 

장례식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챙 넓은 모자를 쓴 채 활짝 웃는 그의 영정사진이었다. 사진은 그가 탤런트로 막 데뷔한 20대 중반의 것으로 생전에 앨범을 정리하던 그가 “참 좋다”고 말해 가족들이 미리 확대해놓은 것이라고. 틈틈이 그와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친구 차씨는 “어느날은 미경이가 ‘만약에 나에게 아이나 남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는 지금보다 덜 외롭긴 했겠지만 아이와 남편이 없어서 오히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이 정말 가슴 아팠어요”

그의 시신은 벽제 화장터를 거쳐 일산 청아공원에 안치되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지난 81년 ‘무대’로 데뷔해 KBS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고독’, MBC ‘여명의 눈동자’ ‘가을에 만난 남자’ 등에 출연한 탤런트 이미경. 그의 바람대로 그는 우리의 기억속에 영원히 ‘연기자 이미경’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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